수학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릴 수 밖에 없는 이유 가장 아름다운 학문

이 글은 수학교육과 교과과정과 임용시험문제를 보고 느낀 내 개인적인 생각이며, 교육계 종사자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 또, 필자가 잘 몰라 오해해서 받아들인 부분이있다면 충분히 수용할 의사도 있음을 밝힌다.


 현재 대학 수학교육과의 전공 교과과정은 수학과의 그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 수학과와 같은 전공 교재를 쓰며, 같은 내용을 가르치고 배운다. 단지 교육학 과목이 더 열릴 뿐이다. 이렇게 가르칠 것이면 굳이 사범대 수학교육과를 만들어야할 이유가 무엇일까? 그냥 수학과랑 합치고 수학과에 교육학 과목을 개설해서 선생을 하고싶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게 오히려 효율적이지 않을까?

 수학과의 전공 서적들은 수학자들이 쓴 책이며, 앞으로 수학을 제대로 전공할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다루고있다. 그래서 많은 경우에 그 필요성과 쓸모는 대학원에 진학해야 좀 더 생생하게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학교육과의 목표는 무엇인가? 중고등학교 수학교사의 양성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부를 마치면 임용시험을보고 중고등학교 현장으로 나간다. 그들에게 수학을 제대로 전공해서 대학원에나 가서야 써먹을만한 지식들이 왜 필요할까? 과연 학부만 마치고 중고교 현장으로 나갈 사람들에게 {A⊆X | X-A is finite}∪{φ}이 topology가 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 중학생이 '분모의 유리화'를 배우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모든 분수는 유리화가 되나요?"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예제를 던진다.
"2/(√2 + √3 - √5) 는 유리화가 되나요? 된다면 분모, 분자에 뭘 곱해야 하나요? 2/π 는요?"

이에대한 대답은 학부 대수학의 field theory부분에 나온다. 하지만 많은 대학에서 이 부분이 대수학 서적의 맨 뒷부분에 나온다는 이유로 가르치지 않고 있으며, 그 덕분에 임용시험에선 나올 가능성이 거의 0%가 되어 버렸다. 대수학을 배워도 저런 질문에 답변하지 못하게 가르친다면 뭣하러 예비교사들에게 어렵게 대학수학을 가르치는가?

이번엔 다른 중학생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교과서에서 뿔의 부피가 기둥의 1/3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부분>


"뿔의 부피는 왜 기둥의 부피의 1/3이 되나요? 교과서에는 그냥 물을 부어서 1/3이 된다고 되어있는데 저게 올바른 증명인가요?"

 이에 대해 당신은 뭐라고 답하겠는가?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은 대학 수학에서도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이 문제는 20세기 초 Hilbert에 의해 제시된 23문제 중 3번째 문제에 해당하며, 적분의 원리(무한번 쪼개기)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교과서에서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 밖에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그 증명은 "똑똑한" 중학생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위의 두가지 예는 아주 일부이며, 중고교 교과과정과 연계하여 심도있고 재미있게 배울만한 내용은 무궁무진하게 많이 있다. 그리고 난 사교육과 달리 공교육에 있는 선생님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이런 부분이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왜 임용시험에서 중고등학교 수학시험을 안보고, 대학에서 배운 내용으로 시험을 보겠는가? 그 이유는 대학에서 수학을 배우면 중고등학교 내용에 대한 안목이 더욱 넓어진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수학교육과의 교과과정은 그렇다고 보기엔 쓸데없는 내용도 너무 많고, 한편으론 정작 중요하게 다루어야할 부분을 가르치지 않는 것도 많은 것 같다. 더군다나 대학에서 배우는 수학 전공과정마저 뒷부분은 가르치지 않는 학교들이 많다보니 임용시험에선 대부분 각 과목 앞쪽 일부에서 출제되는 경우가 많다. group 문제는 나오는데 group action은 안나오니 순열, 조합의 개수세는 문제를 group action과 연관시키지 못하고, ring 문제는 나오는데 UFD, PID, Euclidean Domain은 안나오니 정수론의 발전과정을 전혀 느낄 수 없으며, field 문제는 나오는데 Galois theory 관련 문제는 나오지 않으니 위에서 제시한 중학교 심화문제에도 시원하게 답변을 못하는 것이다. topology 문제 중 임용시험에 가장 많이 출제되는 유형은 finite set에 적당한 위상을 주고 closure, contiuous, compact 의 성질들을 논리적으로 밝힐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기하학과 사실상 같은 녀석이라 할 수 있을 만한 위상수학에 그림이 없다. (quotient topology는 나오지 않는다.) 미분기하 역시 미적분학에서나 다룰 curves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이다. surface에 대한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물론 일부 열성적인 예비수학교사 및 수학교사들은 잡지들을 통해 대학수학이나 다른 분야에서 중고교 교과과정과 연계될 수 있는 부분들을 서로 나누고 연구하고 하지만, 그리 대중적이진 않은 것 같다.

 이러다보니 임용시험에 통과해서 선생님이 된 사람들도 (대학시절 과외를 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중고등학교 내용은 몇년 만에봐서 생소하고 임용시험 볼 때 공부한 내용은 몇 년 지나면 아무 쓸데 없는 것처럼 다 까먹는 아주아주 비효율적인 현상이 벌어지는게 아니겠는가? 그러니 학생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오는 현상이 벌어지는게 당연한 것이고.

정리하면 수학교육과 커리큘럼이 수학과와 차별화를 못하면서 고교교과과정과 수학교육과 교과과정 사이에 괴리가 상당히 심하다는 것인데 아무도 수교과 교과과정 개발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는 것-_- 사범대 친구를 보면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교육계가 많이 보수적이라더니 그래서 그런건지 바뀔 생각을 하지않으니 참 답답할 따름이다.

덧글

  • 호앵 2007/08/13 20:40 # 답글

    말씀하신건 사교육의 비교우위보다는 공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해주신 것 같네요.
    (제가 파악하지 못 한 부분이 있는 걸까요 ;ㅁ;)
    어떻게 해야 좋은 교육이 되어야 할지.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오직오직 '입시'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는 걸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교육의 향상이 될런지 사실 의문입니다.
  • 무뇌 2008/12/27 18:13 # 삭제 답글

    절대공감!!

    호앵님// 공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이기도 하지만, 그러하기에 사교육이 비교우위에 놓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 같은데...'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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